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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오른 신무역시대] 中 '대미 무역 보복' 맞불… 日 'TPP 불씨 살리기' 사활

입력 : 2017-02-01 13:40:29 수정 : 2017-02-01 13:4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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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시대' 중국·일본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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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과 일본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국은 대미 수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맞불을 놓겠다고 공언해 미·중 무역전쟁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미국이 공식 탈퇴를 선언하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백지화’ 위기에 처했지만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트럼프 행정부를 계속 설득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아베 정권은 현실적 관점에서 다각적인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방안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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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무역 보복 카드 다양한 중국… 공멸 우려도

중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45%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일찌감치 보복이라는 초강수를 준비해 뒀다. 대표적인 카드는 미국 기업에 대한 반독점법 위반 조사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23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중국 합작법인에 반독점 위반 혐의로 2억100만위안(약 350억원)의 벌금을 물렸다. 2015년 2월에는 퀄컴에 반독점 규제 및 특허 사용료 과다청구 조사에 따른 과징금 9억7500만달러(약 1조640억원)를 부과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기업에 부과하는 과징금 규모 중 역대 최고액이었다.

중국 반독점당국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반독점법 위반 조사 공세를 펼칠 경우 중국 내 2만개 이상의 미국 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이 단순 생산기지가 아니라 제품의 최대 판매시장이란 점에서 미국 기업들은 중국의 세무조사 등 전방위 공세를 피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GM은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지난해 1∼8월 모두 238만대를 판매했다. 이는 미국 내 판매가 196만대에 그친 것과 뚜렷한 차이를 보여준다.

중국 정부의 속내를 전하는 환구시보는 “보잉사에 주문한 여객기들을 에어버스로 바꿀 것”이라며 “미국산 자동차와 아이폰의 중국 판매는 어려움을 겪게 되며 미국산 콩과 옥수수 수입도 중지될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블룸버그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핵폭탄급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안화 절하는 중국 제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국이 보유한 1조2000억달러어치의 미국 국채 투매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지만 실행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의 헬렌 차오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은 무역 상대국은 물론 미국 자체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일대일로 통해 미국 압박


관영 신화통신이 꼽은 올해 중국 외교의 5대 키워드 중에 ‘이웃’이 포함됐다. 올해도 친성혜용(親誠惠容: 친밀, 성실, 혜택, 포용)을 표방한 ‘주변국 외교’에 주력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TPP가 백지화로 치닫는 상황에서 중국은 RCEP에 박차를 가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RCEP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16개국이 역내 무역 자유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이자 남중국해 도서 영유권 분쟁국인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이 ‘차이나머니’(중국자본)에 의존하며 친중 노선으로 기운 만큼 RCEP 가도에 걸림돌도 사실상 없는 현실이다.

반면 미국이 빠진 TPP는 동력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중국은 국가발전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참여 국가·국제기구를 대폭 늘리기로 했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일대일로에 60여개 국가·국제기구가 참여했다. 이를 발판으로 올해는 연선(沿線·주변) 국가의 참여를 확대하고 국제경제협력 통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중국~몽골~유럽(러시아) △중국~중앙아시아~서아시아 △중국~동남아(인도차이나반도) 루트 등 일대일로 3대 경제통로 연선국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파키스탄, 미얀마, 방글라데시, 인도와의 물류 통로도 건설할 방침이다. 중국은 또 러시아 주도의 ‘유라시아경제연합(EEU)’, 카자흐스탄 ‘광명의 길’, 몽골 ‘초원의 길 프로젝트’ 등 주요 국가의 전략 목표 및 실천 방안을 검토해 일대일로와 상호 보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문호를 더욱 넓히고 개발도상국 등에 대한 막대한 자금 지원 공세도 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현재 57개국인 창립 회원국 외에 아일랜드, 캐나다, 에티오피아, 수단 등 25개국을 더 받아들인다는 계획이다. 이것이 실현될 경우 AIIB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67개국이 가입한 아시아개발은행(ADB)을 규모면에서 능가하게 된다.

쑨저(孫哲) 미국 컬럼비아대 중국학 교수는 “중국이 올해 국제사회 지도국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 일대일로 구상을 빌려 세계경기 침체, 반세계화 풍조에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TPP를 포기할 수 없는 아베 정권


일본 아베정권을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은 경제다.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가 한때 붐을 일으키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일본이 장기 경기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졌다. 이런 국민적 지원에 힘입어 정치적으로는 ‘아베 1강’ 체제가 굳건해졌다. 하지만 막대한 재정 완화 정책은 애초부터 한계가 있는 것이었다. 재정 완화에 따른 엔화 약세, 이어진 수출 기업의 실적 향상을 기본으로 한 아베노믹스는 나랏빚을 눈덩이처럼 불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고 했던 게 TPP였다. 이를 통해 농업 등 낙후 분야의 구조개혁도 추진할 계획이었다. 일본 정부는 TPP가 올해 발효된다고 가정할 경우 2030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이 2.5%포인트 증가하고, 수출도 23.2%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이 GDP 0.5%포인트 상승, 수출 9.1% 증가가 예상된 것과 비교하면 일본의 수혜가 상대적으로 큰 셈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일본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트럼프는 자유무역이 미국 내 공장문을 닫게 해서 일자리를 빼앗고 무역적자를 안겼다고 생각하고 있다. 멕시코와 중국에서 생산된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겨 미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 미국 제조업을 살린다는 발상은 일본 기업에도 피해를 준다. 중국에 공장을 세워 전자제품의 부품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 멕시코에 자동차 공장을 세운 일본 기업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인 지난해 11월 이례적으로 취임 전인 그와 만나 개인적 신뢰 구축에 나섰다. 당시 아베 총리는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며 상대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트럼프는 나흘 만에 “TPP 탈퇴”를 공식 언급하며 기대를 저버렸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일본은 TPP 관련 법안을 국회에서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TPP 탈퇴”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일본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이달 초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TPP의 전략적 의의와 불참으로 인한 미국의 불이익을 설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끈질기게 설득해 나갈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23일 워싱턴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미국 빠진 TPP vs 미·일 FTA vs 계속 설득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TPP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일본 내에서는 미국을 뺀 채 TPP 발효를 추진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참가국 GDP 중 85% 이상을 점하는 최소 6개국의 비준’이라는 발효 기준을 고치면 가능한 일이다. 참가국 중 GDP의 60% 정도를 차지하는 미국이 빠지면 일본이 최대 영향력을 갖게 되지만 일본 입장에서는 TPP의 매력도 반감된다. 미국의 TPP 탈퇴 선언이 있었던 지난달 24일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관방부 부장관은 “미국을 뺀 참가국 11개국으로 발효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다”며 “미국을 끈질기게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미국과 양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는 방안도 일본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와타 가즈마사 일본경제연구센터 이사장은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TPP를 승인하지 않고 미·일 FTA를 바란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경우 미국이 일본의 농산물 개방 수준을 더 높이라고 요구할 수 있어 낙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RCEP는 물론 유럽연합(EU)과의 경제동반자협정(EPA)을 서둘러 타결해 미국을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자간 FTA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기업이 무역에서 불리함을 깨닫게 되면 실리적인 관점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TPP 참여로 입장을 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도 RCEP는 물론 EPA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나카가와 준지 도쿄대 교수는 “일본은 미국의 비준을 끈질기게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도쿄=신동주·우상규 특파원 rang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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